안녕하세요, 여러분! :) 서지원컴퍼니입니다. 최근 체감하는 HRD의 방향성은 '교육을 위한 교육'에 방점을 두는 것보다는 임직원의 성장 지원을 조직 문화 활성화와 융합해 종합적으로 성장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기업을 제외하고) 정형화된 프레임과 로드맵을 설계해 연간으로 진행되는 공통/직무 역량 강화 교육보다는 유연하게 현재 우리 임직원들에게 필요한 성장이 무엇인지 살피며, 내부에서 자체적인 인사이트 공유나 바쁜 현업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실무 역량 강화 교육, 소통과 팀빌딩을 위한 이벤트들을 교육과 적절히 혼합해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HRD = 교육> 이라는 암묵적인 공식은 깨지고, 조직 문화의 일환이자 기업의 성장을 돕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더욱 확장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꼭 디깅해보고 싶었던 기업이 있었는데요, 바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윤경 팀장님이 계신 대학내일입니다.
'이런 회사는 처음이에요!'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곳! 진심으로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조직, 그 고민과 실행이 성장을 만들고 있는 조직이라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 그런 인재들이 모인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재성장팀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계실까 너무 궁금했어요.
이번 서지원컴퍼니의 HR 인터뷰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한 4월의 화창한 날, 경의선숲길 근처에 위치한 대학내일에서 윤경 팀장님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나다움과 지속 가능한 성과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대학내일의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 궁금하신 분들, 그리고 조직은 리더빨!, 인생은 강점빨! 불확실한 시대에 성장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인터뷰를 놓치지 마세요!
#1. 나다움과 지속가능한 성과의 연결 : 대학내일의 성장지원 프로그램
서지원 컴퍼니 (이하 지원): 안녕하세요, 팀장님! 너무나 뵙고 싶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대학내일 인재성장팀 이윤경 팀장님 (이하 윤경): 구성원들의 자기다운 성장과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과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HRD, 교육 업무라고 표현하지만, 저희 팀의 don’t list 중 하나는 ‘그건 우리 팀 일이 아닙니다’라고 하지 않는 겁니다. 외부 교육과 컨설팅, 콘텐츠 공급 등 동료와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경계 없이 하고 있습니다.

사진 : 따스한 4월, 대학내일 공덕 사무실에서 만나뵌 윤경 팀장님
지원: 아직 제가 HRD 경험이 그렇게 오래됐다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 촘촘하게 돌아가는 회사는 처음 봤어요! 주로 공통/직무 교육으로 연간 운영하는 회사는 많이 봤지만, 정말 임직원분들께 필요한 교육을 이렇게(대학내일 성장 지원 프로그램 달력을 보며) 운영되는 곳은 처음입니다!
윤경: 저희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자면, 저희는 동료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 월 달력과 일 달력이 있어요! :)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되는 2025년 연 달력을 보면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시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서 제공드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의무 교육이 없고, 교육 포맷을 다양하게 변주해 구성원들이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모닝 클럽’이라고 해서 5~6명 정도 되는 트레바리 공덕당을 요일별로 운영하고 있어요. 봄, 여름, 가을 학기처럼 학기별로 진행하는 커뮤니티형 프로그램이 있고, 전체 대상 교육은 점심시간에 진행해요! 아침에 소규모로 진행하는 교육도 있고요.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공간을 주제로, 화요일에는 피그마 디자이너와의 협업 툴, 수요일에는 질문, 목요일에는 SNS, 금요일에는 AI 이런 식으로 우리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기획해서 제공하고 있어요.
또 ‘7층 과외’라는 걸 도입했는데요, 처음 시작은 ‘당써먹’이라고 해서 ‘매일 점심시간에 구성원들이 반 발자국 앞선 동료에게서 배운다’는 콘셉으로 사내 스님 제도를 운영했었어요. 근데 여기서 시작해서 많은 분이 만족하셨지만, 사각지대가 자꾸 보이는 거예요. 대규모 강연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공덕판 트레바리처럼 아침 8시 반, 조용한 시간에 모여 미라클 모닝처럼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여기서도 사각지대가 보이는 거예요.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럼 과외를 해주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규모 강연에서는 질문을 하기 어렵고, 커뮤니티식 학습은 수준이 어느 정도 높은 분들이 모여 공부하다 보니까, 특히 최신 기술에 생소한 분들은 진입 장벽이 높아서 매달 월별 과외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어요. 지난 3월에는 노션, 4월에는 ChatGPT, 5월에는 AI를 활용한 엑셀 등의 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한 교육에서 파생된 ‘월간 딥 다이브’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소수의 구성원이 장기적으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7개 트랙을 만들었습니다. 트렌드부터 데이터, AI 등 조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디깅하고 인재 육성에 필요한 영역에서 이 시리즈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대략적으로 설명드렸지만, (전체 구조가 잡힌 달력을 보며) 매달 교육이 없는 날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지원: 와, 대학내일보다 큰 규모의 회사 담당자들과도 종종 교류하며 이야기 나누는데,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계속 새로운 기획을 해나가시는 것도 놀랍습니다. 팀장님의 시작이 HRD가 아니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기에 이런 다채로운 기획이 가능했던 걸까요?
윤경: 맞아요, 어떻게 보면 재밌는 히스토리가 있어요. 저는 원래 HR과 관련된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HRD가 무슨 뜻인지 HR 부서로 발령받고 나서 알게 됐어요.(웃음) 처음부터 HR 베이스가 아니었으니까 체계적인 걸 몰랐던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기획 실무했을 때를 기준으로 동료들에게 마케팅하는 느낌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동료들이 나의 고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과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고 있는 그림이 이런(인재성장팀의 전체 기획 및 프로그램) 그림입니다.
지원: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더욱 궁금한 게 많아지는데요! 그중에서 대학내일에는 굉장히 트렌디하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 구성원들이 모여있다고 알고 있어요. 이런 구성원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성장 지원’을 기획하고 계신지도 너무 궁금했어요.

사진 : 워크맨 대학내일 편 화면 캡처
윤경: "나답게 일하되 지속 가능한 성과와 연결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ㅇㅇ님은 왜 이렇게 성과를 안 내요? 왜 이렇게 일을 못해요!’가 아니라 ‘ㅇㅇ님답게 일하는 방법은 뭔 것 같아요?’로 접근하는 거죠.
왜냐하면 그렇게 일할 때 몰입하잖아요. 결국 [사람이 자기답게 일할 때 조직에도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결과 균형인데요. 그래서 저희가 하고 있는 여러 시도 중 대표적인 ‘스님 제도’가 그거거든요. 나보다 열 발자국 앞서 있는 구루에게보다 반 발자국 앞서 있는 동료에게서 배우는 게 더 많은 세상이잖아요. 그러면 인턴도 대표님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구나 내 동료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가장 큰 수혜자는 사실 동료들이 아니라 스님, 즉 자신의 반 발자국 앞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구성원 본인이에요. 제가 그걸 깨달았기 때문에 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7년 동안 구성원과 공유하면서 그게 내 것이 되는 과정, 그리고 내가 어떤 것에 대해 전문성을 디깅하고 그걸 통해 기여감을 느끼는 과정을 느꼈기 때문에 ‘스님 제도’는 결국 구성원들에게 지식을 알려주면서 스스로 그것을 디깅하고, 그 부분의 전문가로서 스스로의 성장을 채찍질할 수 있게 돕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사진 : 대학내일 당써먹 스님으로 다회차 참여하신 분들께 드리는 스님뱃지 포함 대학내일 다운 활동을 임직원분들께 선사되는 뱃지들
그래서 성장하는데 동료를 도우면서 더 빨리 성장하는 제도가 ‘당써먹’이죠. 그래서 저희는 사내 강사와 사외 강사의 비율이 8:2 정도예요. 사내 강사 제도가 훨씬 많기 때문에 거의 매일 교육이 운영될 수 있는 건데, 결국 내가 나답게 기여하고 나답게 일할 수 있게, 구성원들이 주인공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보통 HR 부서 분들과 만나면 사내 강사 제도를 어렵게 운영하시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사내 강사분들이 본업도 바빠 죽겠는데 적은 수당에 숙제처럼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시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자기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드리는 데 중점을 뒀어요.
그래서 저희는 매년 개인 역할 기술서를 작성하는데, 거기에 ‘올해는 당써먹 스님하고 싶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게 내가 스스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그 과정이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세스가 됐어요.
이게 첫 번째이고, 나와 동료의 강점을 디깅하는 ‘강빌딩-강점 팀빌딩 워크샵’이 5시간짜리인데 120회차를 했거든요. (수강한 팀도 많아요.) 매년 한 번씩 하는 거예요. 그걸 왜 하냐면, 요즘 다들 자기답게 일하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자기답게 일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래?’ 이런 말이 툭 튀어나오잖아요.
‘저는 INFJ라서 그거 못해요’ 같은 말이 튀어나오면 리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거죠. 그래서 저희는 ‘여러분답게 일하세요. 근데 여러분의 동료에게도 나다움이 있어요’를 하면서 서로 이해를 돕는 일을 ‘강빌딩’을 통해 하고 있어요. ‘강빌딩’에서 태니지먼트 강점 진단 후 팀 해석을 해드리거든요. 팀의 강점 그래프를 펼쳐놓고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이해를 돕는 일을 회사에 내제화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내부에 퍼실리테이터(윤경 팀장님)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작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원: 성장을 지원하는 인재 성장팀도 동일한 경험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윤경: 저희 팀의 비전이 ‘우리는 동료들의 자기다운 성장을 도와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프로들입니다’라고 적어 두었는데요. 어떤 마인드를 장착하고 일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스태프 부서고 지원 부서지만, 동료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와서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우리 스스로가 ‘전문성을 가진 프로’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 분기별 워크숍 때 그걸 공유하고 있어요.
#2. 조직은 리더빨, 인생은 강점빨 : 불확실한 시대에 성장하는 우리
지원: 나다움과 우리다움이 함께 발현되면서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2025년, 너무 불확실한 시대잖아요. 이런 때에 우리 조직의 성장을 위해 최근에 가장 고민하시는 점은 어떤 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윤경: 가장 큰 고민은 그런 것 같아요. 모든 프로젝트에는 순기능만 있진 않거든요. 동전의 양면처럼 어쩔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해요. 누군가를 위한 기획이 누군가를 서운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죠. 처음에는 의도와 다른 반응이 있을 때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A가 만족스럽지 않은 구성원들을 위해 B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C는 어떨까? 하는 식의 고민을 이어가면서 ‘사각지대를 없앤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원: 이어지는 질문일 것 같아요.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는 변화무쌍한 저성장의 시대, 대부분의 회사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어 인재 양성과 성장 교육에 관한 투자도 함께 줄이는 추세인데요. 줄어든 교육 예산, 담당자들에게 주고 싶은 팁이 있으시다면?
윤경: 정성은 돈이 들지 않더라고요. 예산 이슈는 늘 저희도 고민이죠.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근데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셀터뷰-셀프 인터뷰를 하며 구성원들과 나에 대한 기록 공유 프로그램’인데, 저희는 셀터뷰 완주하시는 분들에게 커스텀 달력을 만들어드려요.


사진 : 윤경팀장님의 2024년 셀터뷰 달력
지원: 정성이네요..! 받으면 감동일 것 같아요.
윤경: 안 그래도 요즘 그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과연 맞는 건지 모르겠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도 있겠다’라고 하는 고민을 동료분과 나눈 적이 있는데요.
그때 제가 했던 말 중에 ‘우리 밑 빠진 독에 이렇게 테이프 붙이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이게 붙으리란 보장 없고, 붙인 즉시 떼질 수도 있는데, 붙이다 보면 붙여질 수도 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최소한 ‘그냥 아, 어차피 안 돼. 우리 예산 없어.., 구성원들이 싫어해..’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그 독은 계속 깨질 거거든요.
근데 뭐라도 하다 보면, 테이프라도 한 장 붙이다 보면 뭔가 또 다른 방법이 생긴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1개년 계획을 딱 해놓고 목표 역할 딱 붙여놓는 것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매일매일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이리저리 찾아보고 찾다 보면 어느 순간 거기에 가 있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정성으로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웃음)
지원: ‘진심을 담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라는 거군요! :) 마음을 다하는 대학내일에서 ‘핵심 인재’라고 불리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실까요?

윤경: 공식적인 인재상은 뾰족함, 씩씩함, 따뜻함&솔직함이 있지만, 저희 조직은 핵심 인재군을 따로 분류하지는 않아요. 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기준이 있어요. 먼저 자기다움이라고 하는 자기의 큰 바퀴를 조직의 목표를 향해 굴리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간에 돌뿌리 같은 게 저는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태도적으로 부족할 때 넘어진다고 생각해요. 근데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태도를 갖춘 동료들을 보면 항상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는 이런 걸 잘하지만, 너는 이런 걸 잘하는 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야’라고 성숙한 태도로 커뮤니케이션하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답게 일하면서 조직과 얼라인되어 있고, 태도적으로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코어가 있다고 느껴요. 저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인재인 것 같아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아주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웃음)
"자기답게 일하면서 조직과 얼라인되어 있고, 태도적으로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코어가 있다고 느껴요."
지원: 팀장님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아직 20495820201시간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지만요 🥹) ‘강점 리더십’에 관해 책과 강연으로 이야기 나눠주셔서 이번 인터뷰에선 특별히 리더십 관련 질문을 많이 드리진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최근 팀장님께 영감을 준 리더분이 계시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참고: 무조건 통하는 피드백, 강점 말하기 (2022년, 이윤경 팀장님 저서)
윤경: 저희 옆팀에 계신 팀장님이 생각나요. 제가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자기답게 일하면서 조직과 얼라인되어 있고, 태도적으로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코어를 가진 팀장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보다 6살 어린 리더이신데, 사내에서 부서원들이 가장 큰 신임을 보내는 팀장이에요. 저는 이 팀장님을 ‘본인에게 맞는 일을 만나서 그냥 재밌게 일하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그 팀장님이 느끼시는 중압감과 책임감이 컸더라고요.
근데 그것을 굳이 티 내지 않고 견딘 거예요. 저는 이 모습이 용기로 보였거든요. 왜 용기냐면,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이 중압감을 선택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의연할 수 있었던 거고, ‘그냥 일이고, 뭐 죽지 못해 하는 거죠’라는 태도가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 중압감은 견뎌보겠습니다’라고 선택한 거예요. 그래서 이 팀장님의 태도가 정말 저한테 자극이 됐어요.
이 중압감을 견뎌내고 이렇게 의연하게 성장하다가 5년 후, 10년 후엔 어떤 사람이 될까도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되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게 요즘 저연차 구성원들에게 제일 자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수만은 없다.’ 그게 그냥 우리가 돈 받고 일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계에 부딪쳤을 때) 그냥 여기서 내가 힘들고 아프다고 안 하면 못 크거든요. (물론 정말 부당한 일이나 옳지 않은 일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조직의 목표를 존중하고 얼라인되어 있으면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보이잖아요.
제가 말씀드린 팀장님은 엄청 달가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견뎌낸 사람들만의 근육 같은 게 반드시 있고, 특히 그 팀장님이 너무 멋졌던 것은 이 험난한 것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게 저는 영감을 받은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제 모토가 이거예요. 조직은 리더빨이고, 인생은 강점빨!
지원: 마지막 인상 깊은 리더분의 이야기까지 너무 감사드려요! 모든 조직에 ‘조직은 리더빨! 인생은 강점빨!’을 외치는 마음으로 이번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꼭 또 만나 주세요! :)
안녕하세요, 여러분! :) 서지원컴퍼니입니다. 최근 체감하는 HRD의 방향성은 '교육을 위한 교육'에 방점을 두는 것보다는 임직원의 성장 지원을 조직 문화 활성화와 융합해 종합적으로 성장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기업을 제외하고) 정형화된 프레임과 로드맵을 설계해 연간으로 진행되는 공통/직무 역량 강화 교육보다는 유연하게 현재 우리 임직원들에게 필요한 성장이 무엇인지 살피며, 내부에서 자체적인 인사이트 공유나 바쁜 현업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실무 역량 강화 교육, 소통과 팀빌딩을 위한 이벤트들을 교육과 적절히 혼합해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HRD = 교육> 이라는 암묵적인 공식은 깨지고, 조직 문화의 일환이자 기업의 성장을 돕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더욱 확장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꼭 디깅해보고 싶었던 기업이 있었는데요, 바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윤경 팀장님이 계신 대학내일입니다.
'이런 회사는 처음이에요!'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곳! 진심으로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조직, 그 고민과 실행이 성장을 만들고 있는 조직이라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 그런 인재들이 모인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재성장팀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계실까 너무 궁금했어요.
이번 서지원컴퍼니의 HR 인터뷰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한 4월의 화창한 날, 경의선숲길 근처에 위치한 대학내일에서 윤경 팀장님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나다움과 지속 가능한 성과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대학내일의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 궁금하신 분들, 그리고 조직은 리더빨!, 인생은 강점빨! 불확실한 시대에 성장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인터뷰를 놓치지 마세요!
#1. 나다움과 지속가능한 성과의 연결 : 대학내일의 성장지원 프로그램
서지원 컴퍼니 (이하 지원): 안녕하세요, 팀장님! 너무나 뵙고 싶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대학내일 인재성장팀 이윤경 팀장님 (이하 윤경): 구성원들의 자기다운 성장과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과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HRD, 교육 업무라고 표현하지만, 저희 팀의 don’t list 중 하나는 ‘그건 우리 팀 일이 아닙니다’라고 하지 않는 겁니다. 외부 교육과 컨설팅, 콘텐츠 공급 등 동료와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경계 없이 하고 있습니다.
사진 : 따스한 4월, 대학내일 공덕 사무실에서 만나뵌 윤경 팀장님
지원: 아직 제가 HRD 경험이 그렇게 오래됐다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 촘촘하게 돌아가는 회사는 처음 봤어요! 주로 공통/직무 교육으로 연간 운영하는 회사는 많이 봤지만, 정말 임직원분들께 필요한 교육을 이렇게(대학내일 성장 지원 프로그램 달력을 보며) 운영되는 곳은 처음입니다!
윤경: 저희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자면, 저희는 동료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 월 달력과 일 달력이 있어요! :)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되는 2025년 연 달력을 보면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시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서 제공드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의무 교육이 없고, 교육 포맷을 다양하게 변주해 구성원들이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모닝 클럽’이라고 해서 5~6명 정도 되는 트레바리 공덕당을 요일별로 운영하고 있어요. 봄, 여름, 가을 학기처럼 학기별로 진행하는 커뮤니티형 프로그램이 있고, 전체 대상 교육은 점심시간에 진행해요! 아침에 소규모로 진행하는 교육도 있고요.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공간을 주제로, 화요일에는 피그마 디자이너와의 협업 툴, 수요일에는 질문, 목요일에는 SNS, 금요일에는 AI 이런 식으로 우리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기획해서 제공하고 있어요.
또 ‘7층 과외’라는 걸 도입했는데요, 처음 시작은 ‘당써먹’이라고 해서 ‘매일 점심시간에 구성원들이 반 발자국 앞선 동료에게서 배운다’는 콘셉으로 사내 스님 제도를 운영했었어요. 근데 여기서 시작해서 많은 분이 만족하셨지만, 사각지대가 자꾸 보이는 거예요. 대규모 강연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공덕판 트레바리처럼 아침 8시 반, 조용한 시간에 모여 미라클 모닝처럼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여기서도 사각지대가 보이는 거예요.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럼 과외를 해주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규모 강연에서는 질문을 하기 어렵고, 커뮤니티식 학습은 수준이 어느 정도 높은 분들이 모여 공부하다 보니까, 특히 최신 기술에 생소한 분들은 진입 장벽이 높아서 매달 월별 과외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어요. 지난 3월에는 노션, 4월에는 ChatGPT, 5월에는 AI를 활용한 엑셀 등의 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한 교육에서 파생된 ‘월간 딥 다이브’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소수의 구성원이 장기적으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7개 트랙을 만들었습니다. 트렌드부터 데이터, AI 등 조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디깅하고 인재 육성에 필요한 영역에서 이 시리즈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대략적으로 설명드렸지만, (전체 구조가 잡힌 달력을 보며) 매달 교육이 없는 날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지원: 와, 대학내일보다 큰 규모의 회사 담당자들과도 종종 교류하며 이야기 나누는데,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계속 새로운 기획을 해나가시는 것도 놀랍습니다. 팀장님의 시작이 HRD가 아니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기에 이런 다채로운 기획이 가능했던 걸까요?
윤경: 맞아요, 어떻게 보면 재밌는 히스토리가 있어요. 저는 원래 HR과 관련된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HRD가 무슨 뜻인지 HR 부서로 발령받고 나서 알게 됐어요.(웃음) 처음부터 HR 베이스가 아니었으니까 체계적인 걸 몰랐던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기획 실무했을 때를 기준으로 동료들에게 마케팅하는 느낌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동료들이 나의 고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과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고 있는 그림이 이런(인재성장팀의 전체 기획 및 프로그램) 그림입니다.
지원: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더욱 궁금한 게 많아지는데요! 그중에서 대학내일에는 굉장히 트렌디하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 구성원들이 모여있다고 알고 있어요. 이런 구성원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성장 지원’을 기획하고 계신지도 너무 궁금했어요.
사진 : 워크맨 대학내일 편 화면 캡처
윤경: "나답게 일하되 지속 가능한 성과와 연결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ㅇㅇ님은 왜 이렇게 성과를 안 내요? 왜 이렇게 일을 못해요!’가 아니라 ‘ㅇㅇ님답게 일하는 방법은 뭔 것 같아요?’로 접근하는 거죠.
왜냐하면 그렇게 일할 때 몰입하잖아요. 결국 [사람이 자기답게 일할 때 조직에도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결과 균형인데요. 그래서 저희가 하고 있는 여러 시도 중 대표적인 ‘스님 제도’가 그거거든요. 나보다 열 발자국 앞서 있는 구루에게보다 반 발자국 앞서 있는 동료에게서 배우는 게 더 많은 세상이잖아요. 그러면 인턴도 대표님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구나 내 동료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가장 큰 수혜자는 사실 동료들이 아니라 스님, 즉 자신의 반 발자국 앞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구성원 본인이에요. 제가 그걸 깨달았기 때문에 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7년 동안 구성원과 공유하면서 그게 내 것이 되는 과정, 그리고 내가 어떤 것에 대해 전문성을 디깅하고 그걸 통해 기여감을 느끼는 과정을 느꼈기 때문에 ‘스님 제도’는 결국 구성원들에게 지식을 알려주면서 스스로 그것을 디깅하고, 그 부분의 전문가로서 스스로의 성장을 채찍질할 수 있게 돕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사진 : 대학내일 당써먹 스님으로 다회차 참여하신 분들께 드리는 스님뱃지 포함 대학내일 다운 활동을 임직원분들께 선사되는 뱃지들
그래서 성장하는데 동료를 도우면서 더 빨리 성장하는 제도가 ‘당써먹’이죠. 그래서 저희는 사내 강사와 사외 강사의 비율이 8:2 정도예요. 사내 강사 제도가 훨씬 많기 때문에 거의 매일 교육이 운영될 수 있는 건데, 결국 내가 나답게 기여하고 나답게 일할 수 있게, 구성원들이 주인공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보통 HR 부서 분들과 만나면 사내 강사 제도를 어렵게 운영하시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사내 강사분들이 본업도 바빠 죽겠는데 적은 수당에 숙제처럼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시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자기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드리는 데 중점을 뒀어요.
그래서 저희는 매년 개인 역할 기술서를 작성하는데, 거기에 ‘올해는 당써먹 스님하고 싶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게 내가 스스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그 과정이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세스가 됐어요.
이게 첫 번째이고, 나와 동료의 강점을 디깅하는 ‘강빌딩-강점 팀빌딩 워크샵’이 5시간짜리인데 120회차를 했거든요. (수강한 팀도 많아요.) 매년 한 번씩 하는 거예요. 그걸 왜 하냐면, 요즘 다들 자기답게 일하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자기답게 일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래?’ 이런 말이 툭 튀어나오잖아요.
‘저는 INFJ라서 그거 못해요’ 같은 말이 튀어나오면 리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거죠. 그래서 저희는 ‘여러분답게 일하세요. 근데 여러분의 동료에게도 나다움이 있어요’를 하면서 서로 이해를 돕는 일을 ‘강빌딩’을 통해 하고 있어요. ‘강빌딩’에서 태니지먼트 강점 진단 후 팀 해석을 해드리거든요. 팀의 강점 그래프를 펼쳐놓고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이해를 돕는 일을 회사에 내제화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내부에 퍼실리테이터(윤경 팀장님)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작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원: 성장을 지원하는 인재 성장팀도 동일한 경험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윤경: 저희 팀의 비전이 ‘우리는 동료들의 자기다운 성장을 도와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프로들입니다’라고 적어 두었는데요. 어떤 마인드를 장착하고 일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스태프 부서고 지원 부서지만, 동료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와서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우리 스스로가 ‘전문성을 가진 프로’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 분기별 워크숍 때 그걸 공유하고 있어요.
#2. 조직은 리더빨, 인생은 강점빨 : 불확실한 시대에 성장하는 우리
지원: 나다움과 우리다움이 함께 발현되면서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2025년, 너무 불확실한 시대잖아요. 이런 때에 우리 조직의 성장을 위해 최근에 가장 고민하시는 점은 어떤 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윤경: 가장 큰 고민은 그런 것 같아요. 모든 프로젝트에는 순기능만 있진 않거든요. 동전의 양면처럼 어쩔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해요. 누군가를 위한 기획이 누군가를 서운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죠. 처음에는 의도와 다른 반응이 있을 때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A가 만족스럽지 않은 구성원들을 위해 B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C는 어떨까? 하는 식의 고민을 이어가면서 ‘사각지대를 없앤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원: 이어지는 질문일 것 같아요.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는 변화무쌍한 저성장의 시대, 대부분의 회사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어 인재 양성과 성장 교육에 관한 투자도 함께 줄이는 추세인데요. 줄어든 교육 예산, 담당자들에게 주고 싶은 팁이 있으시다면?
윤경: 정성은 돈이 들지 않더라고요. 예산 이슈는 늘 저희도 고민이죠.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근데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셀터뷰-셀프 인터뷰를 하며 구성원들과 나에 대한 기록 공유 프로그램’인데, 저희는 셀터뷰 완주하시는 분들에게 커스텀 달력을 만들어드려요.
사진 : 윤경팀장님의 2024년 셀터뷰 달력
지원: 정성이네요..! 받으면 감동일 것 같아요.
윤경: 안 그래도 요즘 그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과연 맞는 건지 모르겠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도 있겠다’라고 하는 고민을 동료분과 나눈 적이 있는데요.
그때 제가 했던 말 중에 ‘우리 밑 빠진 독에 이렇게 테이프 붙이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이게 붙으리란 보장 없고, 붙인 즉시 떼질 수도 있는데, 붙이다 보면 붙여질 수도 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최소한 ‘그냥 아, 어차피 안 돼. 우리 예산 없어.., 구성원들이 싫어해..’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그 독은 계속 깨질 거거든요.
근데 뭐라도 하다 보면, 테이프라도 한 장 붙이다 보면 뭔가 또 다른 방법이 생긴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1개년 계획을 딱 해놓고 목표 역할 딱 붙여놓는 것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매일매일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이리저리 찾아보고 찾다 보면 어느 순간 거기에 가 있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정성으로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웃음)
지원: ‘진심을 담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라는 거군요! :) 마음을 다하는 대학내일에서 ‘핵심 인재’라고 불리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실까요?
윤경: 공식적인 인재상은 뾰족함, 씩씩함, 따뜻함&솔직함이 있지만, 저희 조직은 핵심 인재군을 따로 분류하지는 않아요. 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기준이 있어요. 먼저 자기다움이라고 하는 자기의 큰 바퀴를 조직의 목표를 향해 굴리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간에 돌뿌리 같은 게 저는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태도적으로 부족할 때 넘어진다고 생각해요. 근데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태도를 갖춘 동료들을 보면 항상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는 이런 걸 잘하지만, 너는 이런 걸 잘하는 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야’라고 성숙한 태도로 커뮤니케이션하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답게 일하면서 조직과 얼라인되어 있고, 태도적으로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코어가 있다고 느껴요. 저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인재인 것 같아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아주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웃음)
"자기답게 일하면서 조직과 얼라인되어 있고, 태도적으로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코어가 있다고 느껴요."
지원: 팀장님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아직 20495820201시간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지만요 🥹) ‘강점 리더십’에 관해 책과 강연으로 이야기 나눠주셔서 이번 인터뷰에선 특별히 리더십 관련 질문을 많이 드리진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최근 팀장님께 영감을 준 리더분이 계시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참고: 무조건 통하는 피드백, 강점 말하기 (2022년, 이윤경 팀장님 저서)
윤경: 저희 옆팀에 계신 팀장님이 생각나요. 제가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자기답게 일하면서 조직과 얼라인되어 있고, 태도적으로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코어를 가진 팀장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보다 6살 어린 리더이신데, 사내에서 부서원들이 가장 큰 신임을 보내는 팀장이에요. 저는 이 팀장님을 ‘본인에게 맞는 일을 만나서 그냥 재밌게 일하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그 팀장님이 느끼시는 중압감과 책임감이 컸더라고요.
근데 그것을 굳이 티 내지 않고 견딘 거예요. 저는 이 모습이 용기로 보였거든요. 왜 용기냐면,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이 중압감을 선택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의연할 수 있었던 거고, ‘그냥 일이고, 뭐 죽지 못해 하는 거죠’라는 태도가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 중압감은 견뎌보겠습니다’라고 선택한 거예요. 그래서 이 팀장님의 태도가 정말 저한테 자극이 됐어요.
이 중압감을 견뎌내고 이렇게 의연하게 성장하다가 5년 후, 10년 후엔 어떤 사람이 될까도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되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게 요즘 저연차 구성원들에게 제일 자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수만은 없다.’ 그게 그냥 우리가 돈 받고 일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계에 부딪쳤을 때) 그냥 여기서 내가 힘들고 아프다고 안 하면 못 크거든요. (물론 정말 부당한 일이나 옳지 않은 일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조직의 목표를 존중하고 얼라인되어 있으면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보이잖아요.
제가 말씀드린 팀장님은 엄청 달가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견뎌낸 사람들만의 근육 같은 게 반드시 있고, 특히 그 팀장님이 너무 멋졌던 것은 이 험난한 것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게 저는 영감을 받은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제 모토가 이거예요. 조직은 리더빨이고, 인생은 강점빨!
지원: 마지막 인상 깊은 리더분의 이야기까지 너무 감사드려요! 모든 조직에 ‘조직은 리더빨! 인생은 강점빨!’을 외치는 마음으로 이번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꼭 또 만나 주세요! :)